우리나라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두루넷(현 SK브로드밴드)이었다. 당시로서는 큰 사건이었다. 두루넷의 중심에는 삼보컴퓨터를 창업한 고(故) 이용태 회장이 있었다. 그는 한국 IT 산업의 선구자로 대한민국의 PC와 인터넷 대중화를 이끈 인물이었다. 국민PC를 보급하고 최초로 초고속 인터넷을 깔았다. 빌게이츠, 손정의와도 사업을 진행했다.
나는 두루넷에서 진행했던 벤처 경진대회를 통해 첫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그가 만든 협회에서 십수 년간 멘토링 활동하며 남다른 인연을 이어갔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원래 ‘일타강사’ 출신으로 교육업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내가 지금 이러닝(e-learning) 분야에서 사업을 하는 데도 그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인성을 강조한 기업가
이용태 회장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인성에 관한 강의를 멈추지 않았다. 나 역시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고민하던 시절, 그에게 사업가의 길을 물은 적이 있었다. 그는 “사업가도 밥 먹고 잠자는 인간이므로 먼저 인간으로서 세상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가치관과 인성을 확립하라는 조언을 남겼다. 단순한 성공 철학을 넘어 인성을 기반으로 한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는 메시지였다. 본인이 직접 만든 인성 강의도 추천해주었는데 인성도 학습과 단련을 통해 개선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일본 소니의 창업주이자 전설적인 경영자인 이부카 마사루 역시 인성교육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그는 말년에 유아교육 관련 저서를 집필하고 기관을 설립했다. 보이스카우트 활동까지 지원하며 어린 시절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성은 시간이 만든다
인성이 자리 잡기까지는 최소 십여 년 이상이 걸린다. 성인이 된 이후라면 10년에서 길게는 20~3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변화는 가능하다. 하지만 반드시 시간이 따른다. 문제는 기업이 이 기다림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좋은 성품을 가진 인재를 뽑으려 애쓰는 것이다. 이용태 회장과 이부카 마사루가 어린 시절부터 인성교육을 중시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과 사회의 책임
좋은 성품을 가진 사람을 길러내는 데 있어 부모와 가족의 역할은 물론, 학교와 사회의 역할도 절대적이다. 기업 역시 최대한 좋은 인성을 가진 인재를 채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훌륭한 인성을 가진 사람은 결국 함께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반대로 실력만을 중시하다 보면 기업 문화는 물질주의·배금주의로 흐르고 만다. 그 끝은 개인주의가 극단화된 부모 형제조차 없는 전국시대 같은 사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