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한 스타트업이 회생절차에 들어갔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 기업은 설립 초기부터 수백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을 받았다. 젊고 유능한 명문대 출신 대표는 각종 매체에 등장하는 소위 ‘스타 창업가’였다. 그러나 그 화려한 조명은 결국 파산 직전의 그림자로 바뀌었다.
‘아마존식 투자 전략’이라는 위험한 착각
이 기업의 전략은 일관되게 ‘아마존식’이었다. 수익보다 시장 점유율, 단기 성과보다 장기 지배력을 우선시했다. 해마다 수백억 원의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확장을 멈추지 않았다. 다른 회사를 인수하고 인재를 대거 영입했다. ‘시장 독식 후 수익 창출’이라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한국이라는 시장에서는 쉽지 않다.
한국 내수 시장의 냉정한 현실
아마존이 미국이라는 방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장기 투자를 감내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유가 있다. 단일 국가 내에서도 충분한 수익성과 시장 테스트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내수 시장의 크기가 한정적이다. 진짜 작다. 미국 벤처계에서는 한국은 “소비 시장”으로도 보지 않을 정도다. 크기만으로도 미국의 한 주만할 정도로 작으니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한국에서 독점에 성공하더라도 그 규모 자체가 투자금을 회수할 만큼 크지 않다. 시장이 작으면 회복도 더디고 버틸 여력은 더욱 부족하다.
적자를 버틸 체력이 부족한 생태계
스타트업이 장기간 적자를 견디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력과 긴 호흡의 투자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그렇게 여유롭지 않다. 투자자들은 빠른 회수와 성과를 원한다. 정부 지원금조차 단기 매출 중심으로 평가받는다. 그 사이 기업은 ‘미래의 수익’을 설명하느라 실제 수익 없는 성장을 이어가게 된다. 결국 시장과 투자자 모두에게 신뢰를 잃는다.
한국형 전략이 필요한 시점
이제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할 때다. 한국에서 아마존식 전략을 고집하는 것은 로또보다 어려운 확률이다. 단순히 아마존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시장 크기, 투자 문화, 정책 환경에 맞는 ‘한국형 성장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성공한 글로벌 모델을 무작정 모방하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 착각이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지속 가능하려면 이제는 화려한 뉴스보다 현실적인 모델이 필요하다. 단기 수익만 쫓을 필요는 없지만 무작정 적자를 미화해서도 안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국 시장에 맞춘 철저한 준비와 장기 생존 가능한 성장 설계다. 아마존의 철학을 흉내 내기보다 우리의 땅에서 살아남을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