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여 년 전쯤 한 경영학과 출신 인턴 학생이 “사람의 성향에 따라 일을 맡겨야 한다”며 HR 관련 책을 추천해준 적이 있었다. 당시엔 그 말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 시절은 혈액형 4가지 유형으로 사람 성격을 구분하는 것이 유행하던 때다. 지금처럼 사람들이 MBTI 유형을 줄줄 외우기 시작한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시간이 지나 깨닫게 된 리더십의 본질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때 들었던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되었다. 다시 책을 찾아 읽었다. 괜히 대기업들이 인적성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아니었다. 리더는 조직 구성원들의 성향과 기질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성향에 맞는 과제를 부여하고 동기부여 방식도 달리 해야 효과가 크다. 어떤 이는 다그침과 압박 속에서 더 성장하지만 또 어떤 이는 그런 환경에서 위축되어 퇴사에 이르기도 한다.
성향을 읽는 것은 섬세한 작업이다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람마다 가진 성향과 특징을 정확히 파악한 뒤 업무를 맡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문제는 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말보다 중요한 비언어적 신호
사람의 성향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스펙이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봐서는 안 된다. 상대방과 충분히 대화하며 행동과 말투를 읽어야 한다. 심지어 아주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살펴야 한다. 이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즐거워하고 어떤 순간에 지치거나 힘들어하는지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사람들이 하는 말이 항상 진심을 반영하지는 않는다. “괜찮다”고 말해도 사실은 괜찮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힘들다”고 해도 실제로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이런 미묘한 신호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야 사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해도 조직 내에서 최적의 자리를 찾기 어렵다.
만약 이런 것에 자신이 없다면 리더로서 성장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잘못 했다가는 사이코패스 상사로 찍혀 기업 평판 사이트에 온갖 욕이 올라올 수 있다. 그런 조직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