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주목받던 한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상장 첫날 주가는 40% 가까이 급락했다. 이후에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상장은 ‘성공의 증표’처럼 여겨지지만 시장은 냉정하다. 상장했다고 해서 반드시 기업 가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으면 투자자는 상장이나 지분 매각을 통해 시세 차익을 기대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창업자의 지분이 계속 희석된다는 점이다. 회사가 성장할수록 창업자가 가져갈 몫은 줄어드는 역설이 발생한다. 최근에는 상장이나 엑시트가 지연될 경우 투자금이 대출로 전환되는 조항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투자라는 이름의 부채다.
앞서 언급한 기업 역시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반복적으로 투자를 받았고 그 결과 지분은 크게 희석됐다. 투자자들은 회수를 위해 무리하게 상장을 밀어붙였다. 결국 형식적인 상장은 성사됐다. 그러나 기업의 내재 가치가 받쳐주지 못하자 주가는 붕괴됐다. 창업자도, 투자자도 모두 손실을 본 전형적인 사례다.
언론에는 “얼마의 기업가치로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적자가 누적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흔히 ‘아마존 모델’을 언급하며 시장 선점을 위해 의도적으로 적자를 감수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전략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가진 국가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한국처럼 시장 규모가 제한된 환경에서는 동일한 전략이 거의 통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에서의 투자는 대출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그조차 아니라면 위험한 착각이거나 구조적으로 불리한 계약일 가능성이 높다. 개인 엔젤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거뒀다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손실의 책임이 투자자에게만 전가되는 구조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창업가는 투자 유치를 성과처럼 과시할 필요가 없다. 진짜 성과는 투자금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낸 매출과 지속 가능한 이익이다. 기업의 가치는 외부 자본이 아니라 시장에서 증명된다. 돈을 끌어온 회사가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는 회사가 강하다.
물론 예외는 있다. 돈 이상의 무형가치를 제공하는 투자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업계 경험, 네트워크, 전략적 조언으로 창업자의 성장을 돕는 투자자라면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투자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어야 한다. 기업의 장기 생존과 성장을 위한 전략적 선택일 때만 의미가 있다.
상장은 결승선이 아니다. 투자도 훈장이 아니다. 결국 기업을 살리는 것은 언제나 하나다.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