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을 시작하면 친구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 대부분은 직장인이다. 매달 정해진 급여를 받고 조직이 만든 규칙 안에서 삶이 굴러간다. 반면 사업가는 불확실성 속에서 매일 스스로 길을 만들어야 한다. 삶의 구조 자체가 다르다. 어느 순간부터 대화의 공통분모는 조금씩 사라진다.
사장이 되면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넌 사장이니까 좋겠다.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잖아.”
가볍게 던진 말이지만 그 안에는 미묘한 거리감과 희미한 시기심이 섞여 있기도 하다. 사장은 속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다.’
사장은 결코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다. 전 직원의 표정과 감정을 살펴야 한다. 때로는 아르바이트생의 눈치까지 봐야 한다. 사장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곧 조직의 공기가 된다.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는 달라진다. 대기업이든 작은 가게든 다르지 않다. 사장은 늘 관찰당하는 자리에 서 있다. 이 무게를 직장인은 쉽게 알기 어렵다.
사업이 잘될 때도 쉽게 말하지 못한다. 괜한 자랑처럼 들릴까 조심스럽다. 이미 바라보는 시야와 환경이 달라졌다는 것을 서로 느낀다. 반대로 사업이 어려울 때는 더 말하기 힘들다. 설명하는 것 자체가 버겁고 자존심도 상한다. 결국 성공해도 혼자이고, 실패해도 혼자다.
사업가들끼리라고 해서 외로움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같은 업종이면 경쟁자라는 벽이 생긴다. 다른 업종이면 서로의 고충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형태만 바뀔 뿐이다.
불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무소는 코뿔소를 뜻한다. 코뿔소는 무리를 이루지 않고 홀로 걷는다. 그 뿔은 강인하고 곧다. 이 말은 외롭게 살라는 뜻이 아니다. 주변에 휘둘리지 말고, 진리와 신념을 따라 묵묵히 나아가라는 의미다. 집착하지 말고, 의존하지 말며, 자기 길을 스스로 선택하라는 가르침이다. 타인의 인정에도, 비난에도 흔들리지 말라는 말이다.
사업가란 결국 그런 길을 걷는 사람이다. 고독을 피하지 않고 고독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사람.
